기형도
위키백과 ―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기형도(奇亨度, 1960년 2월 16일 ~ 1989년 3월 7일)는 한국의 시인이다.
옹진군 연평도에서 공무원인 부친의 막내로 태어났다. 1979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여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한 것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1985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안개〉가 당선되었다.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하여 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기자로 일하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89년 시집 출간을 준비하던 중 종로의 한 극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뇌졸중으로 알려져 있다. 만 스물 아홉의 나이. 요절이었다. 같은 해 5월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발간되었으며, 유고시집의 제목은 평론가 김현이 정했다. 현재 경기도 안성에 묻혀 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그의 작품 세계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 일컬었다. '그의 시가 그로테스크한 것은, 타인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해져, 갇힌 개별자의 비극적 모습이 마치 무덤 속의 시체처럼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는 데에 있다. 시인은 그의 모든 꿈이 망가져 있음을 깨닫는다.' (《입 속의 검은 잎》의 해설에서 발췌) 그의 시는 낯설고 우울하다. 어두운 이미지, 고독과 죽음에 직접 연결된 이미지들이 흔하게 쓰인다. 하지만 먼 곳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의 시는 현실의 세계를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자주 이야기한다.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매셨다.' ('위험한 家系 · 1969'에서)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 생각')
'엄마 생각'에서 '~찬밥처럼 방에 담겨'와 같은 표현은 신선하게 느껴지면서도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어린 시절 혼자서 집을 지키며 엄마를 기다려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그 정서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한편 우리는 조용한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시는 어둡고 우울하지만 결코 폭력적이지 않다. 처연하게 느껴지거나, 심지어 담담하기까지 한다.
《입 속의 검은 잎》이후 1990년에는 소설, 편지, 단상 등이 수록된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이, 1999년에는 《입 속의 검은 잎》이후 발견된 미발표 시 16편과 그 주변 사람들의 글을 담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가 출간되었다. 1999년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전집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목차 |
[편집] 작품목록
- 문학사상 : 〈어느 푸른 저녁〉(1985년 12월호), 〈植木祭〉(1987년 4월호), 〈여행자〉,〈장미빛 인생〉(1987년 9월호),〈흔해빠진 독서〉〈노인들〉(1988년 5월호), 〈바람의 집---겨울 版畵 1〉,〈삼촌의 죽음--겨울 版畵 4〉(1988년 11월호)
- 문학과사회 : 〈정거장에서의 충고〉,〈가는 비 온다〉,〈기억할 만한 지나침〉(1988년 겨울호)
[편집] 시집
- 《입 속의 검은 잎》 (1989)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1999)
[편집] 산문집
- 《짧은 여행의 기록》 (1990)
[편집] 전집
- 《기형도 전집》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