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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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판락(河判洛, 1912년 ~ 2003년)은 일제 강점기에 고등계 경찰을 지낸 친일 인물이다.

경상남도 진주의 지역 유지 가문에서 태어났다. 진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순사 시험에 합격하면서 1934년부터 일제 경찰로 일했다. 사천과 부산의 경찰서에서 근무했는데, 경남 지역에서 독립 운동가를 색출하는 고문 경찰로 악명이 자자했다.

일제 말기 신사참배를 강요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기독교 교도들을 대거 붙잡아 고문했고, 1943년 여경수 등이 체포된 친우회 사건 때도 여경수를 옥사시키고 가담자들을 불구로 만들어 '고문귀', '고문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광복 당시에는 경부보를 맡고 있었으며, 미군정의 비호 아래 계속 경찰로 재직하면서 1946년에는 경상남도 경찰청의 수사과 차석으로 승진했다.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의해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으나 석방되었고, 이후 많은 재산을 모아 진주 지역의 유지로 행세하면서 92세까지 장수했다.

하판락은 친일 인물이 광복후 남한에서 부귀영화와 권세를 누렸다는 속설의 대표적인 실례이다. 그의 친일 행각을 다루었던 향토 역사서인 진양군 명석면사가 하판락 가문의 반발로 다시 씌어졌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2002년 2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에서 친일파 708인 명단을 발표했을 때 명단에 든 인물들 중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하기 위해 정리한 친일파 목록에 포함되었다.